질량분석을 하기 전에 왜 단백질을 펩타이드로 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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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배우는 프로테오믹스(초보자용)/질량분석

질량분석을 하기 전에 왜 단백질을 펩타이드로 자를까?

by Hyoungjoo 2026. 9. 7.

프로테오믹스를 처음 접하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단백질을 분석하려는 것인데, 왜 굳이 단백질을 잘게 잘라 더 많은 펩타이드로 만든 다음 분석할까?”

 

Western blot을 비롯한 많은 생물학 실험은 단백질 수준에서 진행됩니다. 따라서 단백질을 먼저 펩타이드로 절단하는 과정이 오히려 불필요하게 복잡해 보일 수 있습니다.

 

질량분석기 기반 프로테오믹스에는 크게 두 가지 분석 방법이 있습니다. 단백질을 효소로 절단하여 펩타이드 상태로 분석하는 방법을 bottom-up proteomics라고 하며, 단백질을 절단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분석하는 방법을 top-down proteomics라고 합니다.  현재 복잡한 생물학적 시료를 폭넓게 분석할 때는 bottom-up proteomics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단백질을 직접 분석하지 않고 펩타이드로 잘라서 분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1. 큰 단백질보다 작은 펩타이드가 LC에서 분리하기 쉽습니다

세포나 조직에서 추출한 시료에는 크기와 성질이 서로 다른 수많은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단백질을 온전한 상태로 LC 컬럼에서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단백질은 크기가 클 뿐 아니라 접힘 구조, 소수성, 전하와 용해도도 매우 다양합니다. 컬럼에 비특이적으로 붙거나 피크가 넓어질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단백질이 충분히 분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단백질을 작은 펩타이드로 자르면 크기와 물리·화학적 성질이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워집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reversed-phase LC에서 더 안정적이고 재현성 있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2. 펩타이드가 질량분석기에서 이온화되고 검출되기 쉽습니다

질량분석기에서 물질을 측정하려면 먼저 전하를 띤 이온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LC–MS에서 흔히 사용하는 electrospray ionization, 즉 ESI는 펩타이드를 용액에서 기체 상태의 이온으로 바꾸어 질량분석기 안으로 전달합니다.

온전한 단백질도 이온화할 수 있지만, 크기가 크고 여러 전하를 동시에 띠기 때문에 복잡한 전하 상태를 형성합니다.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 용해성이나 이온화 효율도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효소 소화로 만들어진 펩타이드는 대체로 질량분석기가 분석하기에 적당한 크기이며, 단백질보다 비교적 단순한 전하 상태를 갖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성분이 섞인 시료에서도 펩타이드의 m/z를 측정하고 검출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3. 작은 펩타이드의 질량을 더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습니다

질량분석기는 이온의 질량 자체가 아니라 **질량을 전하수로 나눈 값인 m/z**를 측정합니다.

온전한 단백질은 분자량이 크고 다양한 전하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스펙트럼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단백질이나 작은 질량 차이를 구분하려면 높은 분리능과 감도를 갖춘 장비뿐 아니라 복잡한 데이터 처리 과정도 필요합니다.

반면 펩타이드는 크기가 작고 스펙트럼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m/z를 측정하고 서로 비슷한 펩타이드를 구분하기가 더 쉽습니다.

4. 펩타이드는 MS/MS를 이용해 서열을 확인하기 쉽습니다

질량분석기에서는 선택한 펩타이드를 다시 조각낸 후, 생성된 fragment ion들의 질량을 측정합니다. 이를 tandem mass spectrometry, 즉 MS/MS라고 합니다.

 

분석 프로그램은 MS/MS 스펙트럼에 나타난 조각 이온을 데이터베이스에서 예측한 결과와 비교하여 펩타이드의 아미노산 서열을 확인합니다. 그런 다음 검출된 펩타이드들이 어떤 단백질에서 유래했는지를 추론합니다.

 

이 과정은 퍼즐 맞추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펩타이드는 비교적 적은 수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퍼즐과 같습니다. 반면 온전한 단백질은 수많은 조각이 존재하는 훨씬 큰 퍼즐과 비슷합니다.

 

큰 단백질은 MS/MS 과정에서 전체 서열을 충분히 보여주는 조각 이온을 만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생성되는 조각이 많더라도 스펙트럼이 복잡해져 각각의 조각을 정확하게 연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완전하고 복잡한 MS/MS 스펙트럼을 이용해 원래 단백질을 확인하는 작업은 펩타이드 분석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단백질을 자르면 분석 대상이 늘어나는데, 왜 더 유리할까요?

단백질 하나를 여러 펩타이드로 자르면 분석해야 할 분자의 수는 분명히 늘어납니다. 하지만 각각의 펩타이드는 LC에서 분리하고, 질량을 측정하고, MS/MS로 서열을 확인하기에 훨씬 적합한 형태가 됩니다.

또한 하나의 단백질에서 유래한 여러 펩타이드가 함께 검출되면, 이 정보를 종합하여 해당 단백질의 존재를 더욱 신뢰성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단백질을 자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가 손실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위치의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즉 PTM이 하나의 단백질에 동시에 존재했는지를 정확하게 연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동일한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isoform이나 서로 다른 변형 상태의 단백질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bottom-up proteomics가 더 유리할까요?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는 분리 효율, 질량분석기의 감도, MS/MS 효율과 데이터베이스 검색 기술의 한계로 인해 bottom-up proteomics가 복잡한 시료의 대규모 분석에 더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top-down proteomics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Top-down proteomics는 단백질을 절단하지 않고 분석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전체 서열과 변형 상태를 하나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중요한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단백질 isoform이나 여러 PTM의 조합처럼, bottom-up 분석에서 연결 정보가 손실될 수 있는 부분을 보다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서로 다른 분자 형태의 단백질을 proteoform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온전한 단백질을 분리하는 기술, 질량분석기의 감도와 분해능, 단백질 fragmentation 기술, 그리고 데이터베이스 검색 및 데이터 해석 프로그램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top-down proteomics가 여러 면에서 더 효과적인 분석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bottom-up과 top-down은 어느 한 방법이 항상 우월한 관계라기보다, 현재의 기술적 조건과 연구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서로 보완적인 분석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현재 대부분의 프로테오믹스 연구에서 단백질을 펩타이드로 절단하는 이유는 펩타이드가 대체로

  • LC에서 더 효과적으로 분리되고
  • 질량분석기에서 이온화되고 검출되기 쉬우며
  • 정확한 m/z 측정에 유리하고
  • MS/MS를 이용한 서열 확인과 데이터베이스 검색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을 자르면 시료 속 분석 대상의 수는 증가하지만, 각각은 질량분석기가 훨씬 잘 다룰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이것이 현재 bottom-up proteomics가 가장 보편적인 분석 방법으로 사용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 단백질을 온전한 상태로 분석하면서 proteoform과 PTM 조합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top-down proteomics의 활용 범위도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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