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보면 긴 컬럼을 사용하여 더 많은 단백질을 검출하거나, 아주 극미량의 단백질을 분석한 방법들이 소개됩니다. 이런 논문을 보면 저도 한 번쯤 직접 적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아주 긴 컬럼을 사용하는 것이 꺼려지는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높은 압력으로 인해 LC 시스템에 부담이 많이 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논문에 소개된 방법이 실제 일반 실험실 환경에서 매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또 논문을 발표한 실험실에서도 그 방법을 계속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논문 발표 후에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저도 가끔 50 cm 컬럼을 사용해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긴 컬럼은 압력 문제뿐만 아니라 좋은 gradient 조건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void volume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첫 번째 peptide peak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보통 짧은 컬럼을 사용할 때보다 높은 Buffer B 조건에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또는 낮은 Buffer B, 예를 들면 1–3% B에서 시작한 뒤 바로 7–10% B까지 빠르게 올리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초반 peptide가 빨리 용리되도록 조건을 최적화하면, 이후 대부분의 peptide들도 전체적으로 앞쪽에서 용리되어 뒤쪽 시간대가 비효율적으로 남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래는 상대적으로 짧은 컬럼을 사용했을 때의 크로마토그램입니다. 60분 gradient에서 peptide들이 거의 55분에 걸쳐 고르게 용리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가 gradient 시간을 비교적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반면 아래는 50 cm 컬럼을 사용했을 때의 크로마토그램입니다. 어느 정도 조건을 최적화했지만, 첫 peptide peak가 약 10분 정도부터 용리되기 시작합니다. 물론 50 cm 컬럼을 사용하면 peak 분해능이 좋아지고, 그 결과 더 많은 단백질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크로마토그래피를 전공해서 그런지, peak들이 전체 gradient 시간에 고르게 퍼져 있지 않으면 왠지 불편합니다. 더 넓게, 더 균일하게 분포하도록 조건을 잡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아마도 직업병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20 µm i.d., 50 cm 컬럼을 사용하여 single-cell proteomics를 수행한 논문을 보았습니다. 컬럼 특성상 매우 낮은 flow rate인 20 nL/min을 사용한 연구였습니다. 이 논문은 아주 긴 컬럼을 이용해 single-cell 분석을 수행한 예로, raw file도 공개되어 있어 직접 다운로드해서 확인해보았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void time이 상당히 컸습니다. 전체 LC gradient는 170분이었지만, 실제로 peptide가 집중적으로 분석되는 구간은 전체 시간의 약 1/3 정도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HPLC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더 좋은 데이터가 나온다면 시간적인 비효율성은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습니다. 특히 single-cell proteomics처럼 시료량이 극도로 제한적인 분석에서는 sensitivity와 검출 수가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긴 컬럼을 사용한 방법을 볼 때는 단순히 “더 많은 단백질이 검출되었다”는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gradient 시간 중 실제 peptide가 분석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나 논문에서 제공하는 크로마토그램을 자세히 보면, 전체 gradient를 보여주기보다는 peptide가 실제로 나오는 구간만 확대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앞쪽의 void time이 얼마나 긴지, 또는 뒤쪽에 사용되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긴 컬럼은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더 높은 분해능을 제공할 수 있고, 복잡한 시료나 극미량 시료 분석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실험실에서 매일 사용하기 위해서는 압력, 안정성, 분석 시간, gradient 효율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논문에 나온 조건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시스템과 시료, 그리고 분석 목적에 맞게 얼마나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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